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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석(劉禹錫)—죽지사(竹枝詞)

2018-11-19글|임명신

中国(韩文) 2018年1期
关键词:夔州竹枝唱歌

글|임명신(한국)

楊柳青青江水平, 聞郎江上唱歌聲。

東邊日出西邊雨, 道是無晴卻有晴。

Yángliǔ qīngqīng jiāngshuǐ píng, wén láng jiāngshàng chànggē shēng.

Dōngbiān rìchū xībiān yǔ, dàoshì wúqíng què yoǔqíng.

양류청청강수평 문랑강상창가성. 동변일출서변우 도시무청각유청

강변의 버드나무가 푸르르고 강물이 잔잔한데, 문득 그이의노랫소리가 들려오네.

동쪽에는 태양, 서쪽에는 비…… ‘맑음 없음(무정)’이라더니‘맑음(유정)’이로군요.

제 2구부터 보자. 聞郎江上唱歌聲…… 강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가운데 그이의 음성을 듣는 그녀. 마음에 둔 그이에게 드러내지못하는 속내가 있나 보다. ‘唱歌’를 ‘踏歌(발로 땅을 구르며 부르는노래)’로 한 판본도 있는데, 널리 애창되는 작품들이 흔히 겪는 약간의 왜곡 현상일 뿐 전체 문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여기서는‘江上’인 것을 고려해 ‘踏歌’ 대신 ‘唱歌’쪽을 취했다. 어쨌거나, 일하면서 부르는 ‘노동요’였을 것이다.

반가운 그이의 음성이지만 드러낼 수 없는 마음, 닿을 수 없는 그이의 존재는 안타까움이기도 할 터. 심중에 오가는 엇갈린감정이 “동쪽에는 태양, 서쪽에는 비”로 표현되었다. 햇빛 찬란하건만 다른 한쪽 저 만치에선 비가 오는 광경,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일상 속의 특별 체험, 이런 날씨의 조화를 반가움·설렘·안타까움의 은유로 끌어들였다. 은유의 적절함과 신선함 너머, 이 시의 결정적 매력은 바로 해음(諧音)의 멋이다. ‘晴(맑을청)’과 情(뜻 정), 중국어 발음이 똑 같아서 날씨를 논하는 동시에“無情하다더니 有情이네요!”로 들린다(아예 情으로 표기된 판본도있음). 한편, ‘道’는 ‘도를 닦다’의 ‘도’가 아니라 ‘말’ ‘말하다’의의미, ‘卻’(현대중국어에서 ‘卻’로 통용)은 반전을 이끄는 부사(그러나, 그렇지만)로 쓰였다.

그나저나 첫 구의 ‘楊柳’, 글자대로라면 ‘백양나무(포플러)와 버드나무’지만 버드나무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왜 제목이 ‘대나뭇가지(竹枝) 노래(詞)’일까? <죽지사>는 내용과무관한, 지금은 알 수 없는 어떤 노랫가락의 이름이다. 본래 쓰촨(四川)성 동부 일대의 민가로서 한(漢)나라 시대 악부(樂府) 곡명의 하나였다. 민심동향 파악을 위해 민간에 떠도는 노래를 모으고제례에 필요한 음악을 관장하던 국가기관 ‘악부’에 채집된 유행가 제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고대 중국에서 詩(詞)는 일상·명절의 놀이이며 예술이자 정치 및 행정의 방법론이었다. 또한 특정선율의 제목(詞牌) 하에 다양한 작품이 태어났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1글자 1음절 1단어인 중국어의 특질을 확인할 수 있다. 개사(改詞)가 자유롭고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동일한 멜로디에 수없이 다양한 다른 글자들을 채워 노래할 수 있다. 글자수만 맞추면현대의 노래가 되기도 한다.

유우석(AD 772-842)은 연작시 형태로 총11수의 <죽지사>를 남겼는데, 그 중 <죽지사2수>의 첫수가 이번 호에 보는 칠언절구다.‘대나무’ 하면 쓰촨성, 이 지역의 ‘마스코트’ 팬더와 그들이 즐겨먹는 대나무 잎이 떠오른다. 유우석은 ‘대나무의 고장’에 속하는 기주(夔州, 오늘날 충칭(重慶)시 펑졔(奉節) 동부)에서 자사(刺史)를 지냈다. 지방관으로 있는 동안 백성들 삶에 밀착된 작품을 다수 남겼다는 것 자체가 작자의 기질과 가치관을 엿보게 해준다. 그는 채보를 시켜 해당 선율에 새로운 글자들을 얹었다. ‘칠언절구’의 형식미를 가미해서 말이다.

정형화된 근체시 형식에 민가적 내용을 담은 <죽지사>는 형식-내용 면에서 아(雅)-속(俗), 대립된 가치와 미의식을 아우르고 있다. 그 지역의 풍물, 경치와 풋풋한 남녀상열지사를 아로새긴, 그야말로 사람향기 물씬 나는 작품이다. 유려하면서도 소박하다. 소묘하듯 일필휘지한 수묵화 느낌을 살리는 대신, 먹물냄새 풍기는 전고(典故) 사용은 절제되었다. 고급문인으로서 민초들의 삶과 노랫가락에 주목하며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셈이다.

유우석의 자는 몽득(夢得), 황위 계승자의 교육을 담당한 태자빈객(太子賓客)을 역임한 바 있어 ‘유빈객’으로도 통한다. 이설이있긴 하나 낙양(洛陽)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 덕종(德宗)시절 진사에 급제, 관직의 길에 들어섰고 환관과 지방 번진(藩鎭)의할거세력에 반대하다가 좌천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다. <죽지사>외에 <버드나뭇가지의 노래(柳枝詞)> <밭일의 노래(揷田歌)> 등의 연작시가 있고, 문집으로 <유몽득문집>이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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