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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준의 협력으로 나아가는 한중일

2018-06-25글|양갑용(성균관대학교성균중국연구소교수,연구실장)

中国(韩文) 2018年6期

글|양갑용(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교수, 연구실장)

한중일 정상회의는 아시아 중심 국가인 한국, 일본, 중국 3개국이 역내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발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지난 1999년에 아세안 정상회의와 함께 개최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2015년 11월 이후개최되지 못했다. 사드 문제, 역사 문제, 영토 문제 등 한중일 3국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으로 2년 반 동안 열리지 못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가장 큰 의미는 2년 반만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본 궤도에 다시 올라섰다는 사실이다.

협력으로 복귀하고 있는 한중일

그동안 한중일 3국은 역내 협력을 통해서 지역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이 각국에도 유리하다는 보편적인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내 국가 간 양자관계의 불협화음으로인하여 3국 정상회의가 제 때에 열리지 못했다. 오히려 이 기간 역내 국가 간 갈등과 반목이 증폭되기도 했다. 회의가 열리지 못하면서 한중일 3국의 역내 협력을 필요로 하는 현안이 산적했다. 이번에 제7차 한중일 3자 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이제 역내 현안을다루는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제자리를 찾기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중일 3국이 협력을 해야만하는 객관적인 주변 환경이 매우 빠르고 폭넓게 조성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의 공감대가 기저에 깔려 있다. 특히 4월 27일 남북정상회의로 촉발된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 논의는 역내 중심 국가인 세 나라의 협력을 촉진할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반도 비핵화야말로 역내 양자 관계로 조성된 해묵은 갈등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거나 완화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즉 한반도를둘러싼 역내 다자관계의 복원 필요성이 한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 등역내 양자관계의 소모적인 경쟁과 갈등을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 국면전환이라는 변화된 분위기는 역내 양자관계의 갈등요인을 완화할 명분을 제공했다.특히 변화된 환경에 주동적으로 적응하기위한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증대시켰다. 그 결과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오랜 기다림 속에 개최된 것이다. 물론 국면 전환의 동력은 한국과 북한(조선), 미국과 북한, 북한과 중국이 제공했다. 한중일3자 회담을 통해서 일본도 일정한 역할을할 수 있는 공간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는점은 매우 중요한 변화이다. 일본과 중국,한국이 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데 공동의 책임을 진다고 인식을 함께 했기 때문이다.

지역과 세계의 도전에 중요한 ‘협력의 신호’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역뿐만 아니라세계의 번영을 증진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일 정상이 다시 모였다는 점은 지역과 세계의 도전에 중요한 협력의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특별 성명에서도 3국 협력의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 역내 불안 요인을 제거하고갈등을 완화하고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도반드시 한중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세 나라 정상이 인식을 함께 했다는 점은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양자 문제의 갈등 국면을 의도적으로 확대하기 보다는 다자문제의 협력 틀을 재구성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집중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회담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공통의 인식은 사실 2015년 3국 정상회의에서 합의한,지속적인 협력이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에 기초한다. 이번 3국 정상회의는 이러한 기존 합의를 다시확인한 것이다. 여기에 기초해서 정기적으로 3국 정상회의를 갖기로 했다는 점도 평가받을 만한 내용이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라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라는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역내에서 불가피하게 세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촉진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실 역내 환경을 보면 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 등 각 영역에서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매우 많다. 이를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계기를 제공할 강력한 모멘텀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의 등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대담한 변화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수행했다. 그 결과 한중일 삼국 정상이 만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볼 수 있다. 기회는 협력의 공간을 필요로했다. 그리고 그 협력의 공간은 지난 2년반의 공백을 매우기에 매우 충분할 정도로한반도 비핵화 진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한중일 삼국은 3국 정상회의를통해서 한반도 비핵화 추세로 조성된 환경을 십분 활용할 기회를 포착하게 된 것이다. 향후 한중일 3국이 여러 분야에서 협력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겠다는‘정치적 선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3국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향후 역내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서논의하겠다는 일종의 제도화된 관행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역내교류가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 간 합의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3국간 여행 교류를 2020년에3000만명 정도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정상간 합의와 함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조치로 여행객 3천만 시대를 함께 열겠다는 합의는 향후 역내 민간교류가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임을 전망케 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이 개방형 세계경제를 구축하는데 노력하겠다는 합의도 높게평가할 수 있다. 이는 세 나라 정상이 무역과 투자의 개방이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형식의 보호주의를 반대하고경제 자유화에 노력하며 경영환경 개선에세 정상이 공통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세 나라가 수출에 기반을 둔 무역구조를가지고 있는, 매우 유사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에 기초한다. 수출이 중요한 발전 요소인 점에서 일견 수긍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역내 무역관계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개방형 무역거래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역내에서는 3국이 개방형 무역제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자유로운 역내무역질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과 제도의 정비와 제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 역시 역내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충분히세 나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나갈 수 있다는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에서는 평가할만하다. 이러한 노력은 한중일 3국이 자유무역협정의 가능성을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 역내에서 자유무역협정의 체결 가능성도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차원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 이번 한중일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중국과 일본 정상으로부터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로운 환경 구축에 대한 공통 인식을 이끌어내고, 심지어 일본과 중국 양국 정상으로부터판문점 선언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사실 한반도 비핵화, 특히 완전한 비핵화는역내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 요소였으며 핵심 요소였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완전한 해결 방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역내 평화와 안정의 구현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과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이 문제에대해서 어느 정도 진전된 입장을 확인하고‘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북미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이러한 한국과 북한의 움직임에 중국과 일본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것은 바로 이 문제가 역내 가장 중요하고핵심적인 문제였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를 구체화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한국과북한의 노력이 일정 부분 역내에서 평가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중국과 일본이 주장했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바로 역내 국가 전체의 공통 이익이며 책임이고 오직 대화와협력을 통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공감대의 승리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중국과 한국, 일본과 중국의 정상이 이 문제에 인식을 함께하고 향후 한반도 비핵화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이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의 가장 평가받을만한 성과라고 할 수있다. 역내 문제를 공동으로 인식하고 이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바로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서 확인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중일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의 협력 틀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는 향후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의 길에서 매우 효과적인전거가 될 것이다.